성대, 휴먼인터랙션사이언스 학과 우수 성과 거뒀다
지면일자 2010.10.28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kr
#서울 동선동 CGV. 260명의 관객이 영진위가 제작한 3D 단편영화 `못`을 관람하고 있다. 얼핏 보면 단순한 영화 관람이지만 사실 성균
관대 학생들의 실험이 진행 중이다. 3D 영화 화면의 심도와 입체감 정도에 따라 관객의 영화에 대한 흥미와 집중도, 만족감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분석하는 연구다.
#성균관대의 한 실험실. 동양인과 서양인이 하나의 컴퓨터 화면을 바라보고 있다. 그들의 시선 움직임은 아이트랙커(안구 자동추적기)가 놓치지 않고 잡아낸다. 문화심리학적 차원에서 `동양인은 배경과 주인공의 연결을 중시하고 서양인은 상대적으로 움직이는 주인공에만 집중한다`는 가설을 검증하는 실험이다.
성균관대학교 휴먼인터랙션사이언스 학과(학과장 조광수)에는 공학 분야 9명, 디자인 분야 8명, 인문사회과학 분야 21명 등 각기 다른 학문 분야의 38명 학생들이 인간과 컴퓨터 간 상호작용에 대한 연구를 진행한다. 교수진도 마찬가지다. 이관민 남가주대학교 교수를 비롯해 프랭크 비오카 미국 미시간주립대 교수, 조광수 미국 미주리대 교수, 샴 선더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교수, 엔젤 포빌 스페인 자우메대 교수 등 9명의 교수는 공학 · 심리학 · 예술 등 다양한 분야를 전공하고 이 학과에 합류했다. 이관민 남가주대학교 교수가 국내에 인터랙션사이언스 학문을 처음 도입하면서 지난 2009년 가을 WCU사업 지원을 받으며 설립된 이 학과의 주 연구 테마는 세 가지다. △모바일 등 유비쿼터스 기기와 인간의 상호작용 △로봇과 인간의 상호작용 △인간의 디지털 미디어 콘텐츠 인지 등이다.
이 교수는 “애플이나 닌텐도 `위`의 성공은 첨단 기술보다는 사람과 디지털 기기간의 상호작용을 잘 꿰뚫어봤기 때문”이라며 “IT 상품이 무조건 기술만 좋다고 잘 팔리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이 기기를 사용하거나 콘텐츠를 이용할 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해 이를 만족시켜줘야 `히트상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학과의 디지털콘텐츠 연구실은 마치 가정집처럼 꾸며져 있다. 대형 LCD TV와 소파, 게임기 등을 들여놓고 각종 게임기 및 콘텐츠와 사람의 상호작용을 연구하고, 아이트랙커를 이용해 콘텐츠를 볼 때의 시선정보를 얻는다. 또 바이오팩 연구실은 각종 자극에 따른 사람의 뇌파와 생체반응을 분석한다.
성과도 뛰어나 세계 유수 대학에도 뒤지지 않는다. 지난해부터 2010년 10월 현재까지 SCI급 논문(SSCI · SCIE 포함)만 73개로, 교수 1명당 1년에 4개가 넘는다. 유사한 학문을 연구하고 있는 스탠퍼드대 커뮤니케이션학과(1.7개)나 카네기멜론대 HCI학과(0.26개)보다 월등한 연구성과를 내놓고 있다.
`인터넷이나 게임을 통해 얻은 가상경험이 실생활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주제로 내놓은 이 학과의 논문은 학술지 밀러 맥퀸 및 미국 언론 보스턴 글로브에 소개되며 세계 학술계에서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 교수는 “국내에선 아직 인지도도 높지 않고 척박한 인터랙션사이언스 학문이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